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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문장으로 읽는 책] 사람사전

두 개의 칼. 두 개의 칼이 누군가를 공격하려면 먼저 마음을 모아야 한다.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. 오차 없는 동 타임에 양쪽에서 치고 들어가야 보기 좋게 상대를 두 동강 낼 수 있다.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두 개의 몸이 하나의 마음 갖는 일이다. 그래서 가위는 칼 두 개를 한몸에 붙여버렸다.   -정철 『사람사전』   ‘사람이 먼저다’라는 명 카피로 알려진 카피라이터 정철의 책이다. ‘세상 모든 단어에는 사람이 산다’란 부제와 함께다. 1234개 단어를 통해 인간과 삶을 얘기한다. 윗글은 ‘가위’ 편이다. 세상이 온통 두 동강 나서 화해를 모르는 건,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는 시절에도 마찬가지다. 제대로 된 가위질이 가능할까 싶다.   명 카피라이터다운 섬세한 언어 감각과 위트가 눈길을 끈다. “근육을 키우면 쥐구멍에 따라 들어갈 수 없고, 다이어트를 하면 쥐를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. 어떻게 해야 할까. 쥐를 잡지 않으면 된다. 인생은 짧다. 짧은 인생을 짧지 않게 사는 방법이 포기다.” ‘고양이’ 편이다.   첫 번째 단어는 “훈민정음 시절부터 줄곧 자신이 자음의 우두머리였음을 기억”하는 ‘ㄱ’. 저자는 여기에 “경직을 키읔이 비웃는다. ㅋㅋㅋ”이라고 덧붙였다. 맨 마지막 단어는 ‘힘’이다. “그대가 첫 페이지부터 한장 한장 넘겨 여기까지 왔다면 이런 말을 드린다. 힘드셨죠? 맨 마지막 단어는 과연 뭘까 궁금해 다 건너뛰고 여기에 왔다면 이런 말을 드린다. 힘내세요.” 서로 힘내자는 격려가 절실한 요즘이다. 양성희 /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사람사전 카피라이터 정철 마지막 단어 훈민정음 시절

2022-11-23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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